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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필요해UD universal Design Issue vol.1

공공 환경 조성과 유니버설디자인의 관계 -
유니버설디자인 정책, 이제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나요?

장 영 호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전공 교수
(前 서울시 공공디자인팀장)

  전 세계가 코로나-19 감염증의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으나, 서서히 종식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공공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키우면서 초고령화사회, 불평등사회에 대한 대비로 복지사회의 공공디자인을 준비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대내적 환경 변화로 산업적 측면의 디자인만 강조되어 온 것에 대한 비판의 움직임으로 공공영역의 디자인, 일상의 영역의 디자인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물리적, 사회적, 제도적, 심리적 평균에 속하지 못한 소외계층과 약자들은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여 복지사회 개념이 대두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약자와의 동행’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복지사회의 공공디자인은 좁은 의미로는 약자들의 사회적 보호의 방책이고, 넓은 의미로는 장소의 가치를 높여 지역 간의 경제,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사회계층 간의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 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것은 복지사회의 넓은 의미가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와 적절한 관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 또는 체계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산예장공원,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시민참여단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을 시행하여 교통약자의 이동을 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응책은 모든 시민의 안전과 편리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심신장애자복지법(1981),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1997),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2005),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2008),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2012)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장애 도시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춘 법제화가 진행되어 왔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유니버설디자인에 관한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광역 자치단체 7곳, 기초자치단체 16곳 등 총 23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조례를 통해서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시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 통합 조례(안)’ 권고에 따라 공공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 범죄예방환경설계디자인을 통합하여 제정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전반적으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 증대 및 보편적 디자인으로써의 유니버설디자인 확대와 연계되는 양상이지만 그 확산속도 및 정책의 질적 수준 확보에 대해서는 평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이다.

서울시 공공건축물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절차 소개 영상(좌)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지침(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시에서는 2021년부터 공공청사, 도서관, 공원, 지하철역 등 신축·개보수하는 모든 공공건물과 시설물에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하는 조례 개정을 통해 전국 최초로 선제적인 실행에 나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2017년에 수립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가이드라인’이 공공 및 민간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도록 정착시켜 나가고, 특히 공공건축물 신·증축 시 기획·설계 단계부터 준공까지 서울시가 이 가이드라인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공공건축 심의나 건축위원회 심의 시 가이드라인 내용이 설계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부서 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유니버설디자인이 시 행정 전반에 효율적·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껏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행정적인 연계가 부족했던 건축 분야와 디자인 분야에 있어서 건축과 디자인의 융합형 제도 기반을 확대하여 다양한 사용자를 배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2019년에 수립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종합계획 (2020~2024)’을 단계별, 체계적으로 이행하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인 듯하다. 실제 서울시의 토목이나 건축과 관련된 대부분의 공공사업 실무는 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 독자적인 매뉴얼에 따라 주도하고 있는데, 최근 협업과 제도 개선에 의해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의 적용, ‘공공건축물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 조치사항 반영 등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향후 결과물도 이에 따라 최선의 품질로 나타나는 성능 향상으로의 변화가 가시화 될 것이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청계광장

  예를 들면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 ’에 적시되어 있는 보도 평탄도가 유니버설 디자인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듈이 큰 바닥재를 적용해야 하여, 최소한 300*300㎜ 이상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도 ‘서울시 보도시공매뉴얼’에서는 200*200㎜의 보도블록을 권장하고 있다. 작은 모듈을 권장하는 것은 보도에 차량이 올라왔을 때 보도블록이 파손된다는 것과 시공 후 경사가 많은 서울의 보도 상황에는 평탄도 조율이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향후에는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통해 관련 매뉴얼간 상충되는 기준이 발생하는 경우, 손쉬운 시공과 유지보수보다는 시민이 체감하는 보행 환경 관점에서 면밀한 시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재의 시공 수준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황보다 훨씬 다양한 부분에 적용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상황 중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이 개입되어야 할 상황을 압축해보면 인구 고령화, 범죄예방, 포용적 도시환경,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령인구(65세 이상)는 2021년 3월말 기준으로 857만4588명으로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5%로 나타났다. 이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산업(Silver Industry. 노년층을 대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 형태)의 마케팅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이슈가 될 수 있으나, 연금이나 안정자산을 보유한 경제력 있는 노년층이 주 수요계층이 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미흡한 노년층에 대해서는 사회적 문제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특히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도시관리 방향이 기존의 양적 공급 및 개발에 의한 성장 정책에서 인구구조의 변화와 개발수요의 다양화에 대비한 세밀하고 정교한 질적인 도시관리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책차원에서의 유니버설디자인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3동 육아편의공간(①) 기저귀 교환대를 이용하는 유아와 보호자(②)
유아차 이용 보행자(③) 어린이박물관 안내데스크(④) 시설 안내 촉지도(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상황은 최근의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의 발생 증가이다. 안전한 도시생활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증가하는 지능화·다양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찰력을 기반으로 한 범죄예방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행 활성화를 통한 자연감시체계의 강화와 같은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도입을 통해 도시 및 건축물 계획 단계에서부터 범죄예방을 고려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노후화된 단독·다가구 밀집지역과 같이 범죄발생에 취약한 서민밀집 주거지역에서는 반복적으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기존의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를 통해서는 도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세계의 도시들은 보행과 대중교통의 연계, 토지이용과의 협력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동 환경의 개선을 실현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삶의 질 향상, 사람중심의 도시계획 등 획일적 계획에서 탈피하여 질적인 다양성을 추구하는 패러다임 변화에 맞추어 도시계획의 새로운 방향으로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장애 도시환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관점에서 포용적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추세 속에 있다.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의 사례로 일본과 유럽의 콤팩트시티(Compact city), 미국의 뉴어바니즘 (New Urbanism), 영국의 어반빌리지(Urban Village), 우리나라의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등이 있으나, 이제는 성별, 연령, 국적 및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도시계획이 시급하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였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고 2년 연속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에 초청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진 점이 반영된 결과이고, 이후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여가 증대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체류 외국인 수는 2020년 기준 208만 명이다. 체류 외국인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국적이나 민족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대등한 관계를 구축해 가면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생해가는 다문화공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구로2동 주민센터 화장실 안내표지

  한편, 외국인 관광객 수도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증의 영향이 지대하게 작용하고는 있으나, 코로나-19 이후에 평년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다시 1,800만 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늘어나는 외국인 거주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배려하기 위해 공공시설, 안내사인 시스템 등을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을 대변한다.

여성가족복합시설 스페이스살림(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 공공부문 대상 수상작)

  무엇보다도 유니버설디자인은 인간생활 전반에 걸쳐 중요성이 논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남녀노소, 장애여부, 국적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다양한 관계법령의 정비와 나아가 유니버설디자인법의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단기간에 이루어진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높아진 기준으로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의 효과적 구현을 위해 유니버설디자인 사업의 효율적인 분석기준 제시와 지표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조속히 유니버설 디자인법을 등장시켜 당연한 권리를 확보해야겠다.

관련 법령

· 심신장애자복지법(1981)
  우리나라 최초로 제정된 장애인 복지 관련 법률로써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를 가진 장애자의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후 1989년 장애인복지법으로 전부 개정되며 장애인 등록 제도를 법제화한다.

·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1997)
  장애인·노인·임산부 등과 같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성과 접근성 등에 불편을 느끼는 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 및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원활하게 접근하는 것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통신시설 등에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세부기준을 정한다.

·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2005)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등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보행우선구역의 지정 기준을 명시하였으며,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의 개선방향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2008)
  기존 법률들이 다뤄왔던 이동환경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사용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2012)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여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규정한다. 보행환경 개선지구의 지정 및 사업시행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