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은 이제 현실과 공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경계없이 넘나들며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가상공간에서 공부하고, 논의하고 토의하면서 현실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페토나 게더타운에서 입학식도 하고 졸업식도 하며, 음악회도 열린다. 이와 같이 가상현실은 다양하게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부분 중 하나는 교육 분야다.

  교육부에서 2021년부터 추진 중인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스마트 교실 설치를 통해 학생들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그린교실(생태환경교육), 스마트교실(디지털 기반 스마트 학습환경) 학습과 함께 놀이와 쉼이 공존하는 창의적 학교를 조성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에서는 실감 교육 콘텐츠 체험 학교를 운영하면서 실감 가상 융합기술(XR)이 적용된 과학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도 ‘장애 학생 맞춤형 원격교육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감형 콘텐츠 체험 교실’을 전국 특수학교에 구축하고 장애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가상현실 공간을 통한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구글 아트앤컬처’에서 박물관 및 유적지를 VR 투어를 한다던지, ‘프로기피디아앱’에서 개구리 해부 학습을 해보기도 하고, ‘퀸즈아카데미스쿨’에서는 4D 몰입형 교실에서 화성을 방문하고 재난 수업을 하기도 한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에서 최근 ‘유니버설디자인 가상체험관(i-UT)’을 오픈하였다. 아직은 낯선 유니버설디자인을 어린 학생부터 어른들까지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가상의 ‘UD마을’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도시환경을 체험하고 유니버설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UD마을에는 4명의 페르소나가 8곳의 에피소드를 통해 공공공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수현(일시적 지체장애)은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위한 어려움과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전·후를 비교하여 설명한다. 미연(다리가 불편한 노인)은 주차장 안심 보행통로 설치와 계단 옆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해 어르신, 임산부, 휠체어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을 한다. 시각장애인 지석은 유도블록의 중요성과 설치 방법을 알려준다. 외국인 벤자민은 저속의 걷는 거리의 적용과 다국어관광안내표지판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유니버설디자인 학습방안 중의 하나로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를 통한 공개 강의도 진행하였다. 각자 개성 있는 아바타를 만들어서 접속하기 때문에 줌(zoom) 수업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강의를 끝내고 강의에 접속한 모든 학생을 단상으로 올라오라고 하여 춤도 추고, 함께 사진도 찍자고 하였다. 우리 학과 학생 중에 휠체어를 타고 있던 철수(가명)가 멋진 아바타로 변신해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오는 장면을 보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판도라 행성에 들어가기 위해 나비족의 아바타로 변신하면서 자유롭게 걷고 뛰며 엄청난 기쁨과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나,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강원래씨가 비추얼 아바타로 춤을 추면서 아바타로 이루고 싶은 꿈을 실현하니까 너무도 행복하다는 것과 같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또한 유니버설디자인적 접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가상현실 공간이 치매극복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상현실의 강한 몰입감과 다양한 경험으로 뇌를 자극함으로써 뇌세포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방식인데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장애 재활프로그램에서도 가상현실 공간이 활용된다. 초기에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체험하는 형식이었지만 HMD가 무거워 오랜 시간 사용하기 어렵고, 자폐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거부감이 있어 최근에는 ‘360° 몰입형 학습환경’으로 보호자나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가상 체험교육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센터의 360° 몰입형 학습환경

  이와같이 다양한 가상현실 교육환경을 활용한 교육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물리적으로 교실이라는 환경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둘째, 대상자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에 맞추어 맞춤식 교육이 가능하다. 셋째, 현실에서 위험하거나 신체적인 한계, 이동의 한계 등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체험해보고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넷째, 몰입감을 통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 다섯째, 통제된 환경에서 반복 학습으로 교육함으로써 행동수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급속한 가상현실 공간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에 익숙한 비장애인들과는 달리 장애인들에게는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접근 자체가 어렵고 장애인들의 신체적인 조건을 고려한 지원 시스템 미비로 적극적인 활용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을 위하여 설치된 체험교실 교육이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고려하고 이를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다양한 영역의 장애인들을 고려한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만을 위한 교육환경을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가상공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같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방법이나 난이도를 달리할 때 효과를 높일 수 있어 진정으로 ‘공평한 사용’이 가능해진다.

  미국의 교육학자 에드가 데일(Edgar Dale)이 정립한 원추이론에 따르면 학습의 수단과 방법에 따라 학습효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읽기를 통한 학습보다는 시청각 자료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학습에서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직접경험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면 학습 효과를 90% 이상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능동적 학습은 학습자 중심의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원격교육은 더 작아지고 강력해진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로 풍부한 데이터를 생산해낼 수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기술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지원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관련 역량을 발휘하여 ‘모두를 위한 디자인, 나이와 성별, 국적(언어), 장애의 유무 등과 같은 개인의 능력과 개성의 차이와 관계없이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유니버설디자인 가상현실 공간’이 구현되기를 바란다. 또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가상 체험관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미래의 관련분야 실무자나 전문가 양성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